김유나-아쟁연주가/모던가곡 아티스트 디렉터

김현채 : 어떠한 계기로 해외로 나오게 되셨나요? 그 동기가 궁금해요.

김유나 :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한국음악을 넘어선 보다 확장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어요. 그래서 계속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찾아봤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에 (지금은 없어졌지만) 한국관광공사에서 하는 대학생 해외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어요. 유럽 여러 나라를 캠핑카 타고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했어요. 음악 뿐 아니라 요리, 태권도, 관광학과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을 한국문화를 알리는 취지로 선발해서 다니는 거였는데, 친구들과 처음으로 공연도 짜보고 다른 분야 사람들도 알게 되면서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 됐어요. 거기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도 해외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보니 어떻게 유학을 준비하는지 서로의 이야기도 듣기도하면서 도움이 됐던거 같아요. 무엇보다도 한국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배우고 즐기긴 하는데, 이것 말고 내 옷처럼 느껴지는, 완벽히 나한테 맞다고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현채 : 유학 오기 전부터 모던가곡이라는 팀활동으로 창작활동을 해오셨죠?

김유나 : 네, 그래서 ‘모던가곡’이라는 팀활동을 통해 여러가지를 시도해봤어요. 저 스스로 연주가로는 훈련됐지만 예술가로서 훈련된건 아니라고 느꼈거든요. 대학 커리큘럼도 그렇고.. 그냥 실연가가 아닌 내 소리를 담을 수 있는, 뭔가 창작을 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어요. 언젠가 음악을 관두더라도, 그런 예술을 해보고 싶었어요. 제 안에서 정가를 들었을 때 이런게 멋지다 라고 생각이 되는, 나만이 해석하고 싶은 면이 있었기 때문에 ‘모던가곡’을 시작했고,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모든 걸 해봤던거 같아요. 그걸 통해 예술가의 주체적인 마인드를 좀 키울 수 있었고 단지 음악만 만들어서 끝나는게 아니라 연주의 기회도 만들고 멤버들도 생각해야하는 등 기업가 정신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미국에 온 후로도 모던가곡 작업을 지속하고 있어요. 한국을 떠나도 국내에서 했던 작업을 이어갈 수 있고 한국 안에서도 국제적 활동이 가능해진 사회가 되었어요. 올해 정규2집이 나오는데요, 미국에 있으면서 곡작업을 다 해놓고 지난 여름 한국에 갔을 때 멤버들과 녹음을 해서 완성했어요. 요즘은 해외에 있는 사람들은 해외에만 있고 국내에 있는 사람들은 국내에만 있는 게 아니라, 미국에 있는 사람들도 아시아로 진출하고 싶어하잖아요. 예전보다 심리적 거리가 많이 좁혀졌어요. 해외에 나가고 싶은건 글로벌하게 활동하고 싶은거니까, 거기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했던 활동도 어떻게 하면 같이 할 수 있을지,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요. 자기 활동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현채 : 미국으로 완전히 유학을 오기 전에 혹시 어학연수나 장기체류 경험이 있으셨나요? 

김유나 : 3개월 어학연수 온 적이 있었어요. 그 때는 너무 부끄럽고 영어도 많이 서툴러서 거의 말을 안하고 지냈던 것 같은데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이 나중에 유학생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됐던 거 같아요. 하다못해 생활 면에서 핸드폰 개통하는 방법이라든지, 대중교통 이용하는 법, 생필품을 어느 그로서리를 가면 뭘 살 수 있는지, 그리고 미국 문화의 분위기 같은 것을 미리 알고 경험했기 때문에 나중에 유학을 왔을 때 같은 지역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낯설지 않았어요. 

김현채 : 본격적으로 유학길에 올랐을 때 어떤 목표가 있으셨나요?

김유나 : 솔직히 국악을 안 하려는 마음을 먹고 왔어요. 환경이 바뀌었으니, 그 주어진 기회에 집중하고 싶었거든요. 공부를 하러 온 거기 때문에 여기 있는 동안 내가 못 하는 것을 하자, Comfort Zone을 벗어나자! 지금은 매일 바뀌는 것 같아요. 나 스스로를 음악인으로서 하나의 장르로 국한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요즘은 한국음악이 많이 좋아요. 다른 음악을 배움으로써 더 넓어진 지식을 가지고 다시 전통음악을 연주할 때 전보다 더 좋다는걸 느껴요. 연주할 때 기분이 더 좋아지고, 연주력도 좋아진거 같기도 하고요. 남이 해준 평가보다 나 스스로 내가 하는 평가가 더 엄격해요. 내가 나한테 더 가혹한 기준이 있다고 할까요, 나 스스로를 평가하는 기준이 따로 있어요. 연주에 스토리텔링이 들어가고 연주하면서 느낄 수 있어요.

김현채 : 미국 보스톤 쪽에 있는 잉글랜드 콘소바토리에서 석사, 버클리음대에서도 석사를 하셨는데요, 각 학교에서 어떤 전공으로 무엇을 배우셨는지요?

김유나 : 석사와 최고연주자 과정을 했는데, contemporary musical arts에서 했고, 이게 이전에는 contemporary improvisation이었어요. 퍼포먼스와 작곡을 많이 배웠어요. 작곡은 화성악, 대위법처럼 클래식 작곡도 배우는데 현대적인 작곡을 더 집중해서 배웠어요. 한국과 다른 점은 대략적인 커리큘럼은 있지만 자기 전공선생님을 자기가 선택할 수 있고 2년간 어떤 커리큘럼을 할지 학생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었어요. 가장 도움이 됐던 수업 중 하나가 development of personal style(개인의 음악스타일 개발)이었는데 두 분의 강사가 있었는데 두 분이 다르게 하셨어요. 다른 뮤지션들의 작품 샘플 연구를 많이 한 후 내 스타일대로 작곡을 해보면서 내가 어떤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이었어요.

버클리음대에서는 글로벌 재즈 전공 석사1년 과정으로 3학기를 다녔어요. 미국에 오면 어쩔 수 없이 모든 예술이 재즈의 영향을 안 받은게 없어서 그거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재즈를 좀 더 깊게 공부하기 위해서 갔어요. 확실히 재즈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나니 연주나 작곡 면에서 훨씬 많이 알게 됨으로써 자유로움이 생긴 것 같아요. 

김현채 : 입학과정이 궁금해요, 입학조건과 오디션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김유나 : 학교마다 다른데 저는 세 곡 정도 준비했던 것 같아요, 하나는 본인 곡, 하나는 기존 곡 편곡을 봤어요. 버클리의 경우 재즈곡 몇 곡을 주고 골라서 연주하는게 있었고 블루스, 그리고 자기 컴포지션-오리지널 작곡, 어레인지먼트가 있었던 것 같아요. 모던가곡을 통해 작곡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어요. 당시 COVID였어서 직접 대면하는 In-person 오디션을 없었고 모두 비디오로만 제출하고 줌으로 청음시험과 같은 이어트레이닝이 있었어요. 또 면접으로 교수들과 인터뷰를 했어요. 버클리 인터뷰가 재밌었는데, 소셜 액티비티를 강조했어요. 너의 음악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와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했었어요. 

김현채 : 졸업 후에 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세요? 공연 레퍼토리들도 궁금해요.

김유나 : 저는 지금 많은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는데 제 웹사이트에 자세히 나와있어요. 보스턴에 있는 Museum of Fine Arts에서 하누카 행사에 한국음악과 유대인음악을 접목한 저의 작품도 연주해요. 여기서 하고 있는 밴드로는 벤조와 아쟁 이중주로 구성된 블루스 음악 그룹이 있고, 컨트리 음악- 올드타임뮤직을 하는 Global String Band Jool이라는 팀도 하고 있어요. 이 팀은 2026년에 음반이 나와요. 그리고 아쟁과 Klezmer클라즈모(유대인음악)을 접목한 Global Yiddish Orchestra가 있어요. 각 밴드마다 음악색이 다르고 악기구성도 달라요.  Free improvisation 으로 트럼펫과 아쟁 듀오음반도 내년에 나올 예정이에요. 음반은 온라인과 피지컬 음반 모두 발매 예정이에요.

김현채 : 이미 졸업을 하셨는데,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계속 머물기로 한 이유가 있다면요? 

김유나 : 성격상 미국이 더 잘 맞는 거 같아요. 미국에 있으면 다양함을 존중해주고, 이런 문화에서 나를 드러낸 것이 더 편해요. “다름을 존중 받는 문화” 라이프스타일도 저와 맞고 전반적인 문화가 이제 익숙한 것 같아요. 

김현채 : 미국에서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이 한국과 어떻게 다른가요? 

김유나 : 저는 똑같다고 생각해요.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하죠. 다름에 대해 존중 받는 문화라 언뜻 생각하면 다를 것 같은데, 제가 느끼기에는 아티스트 활동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주변에 국악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없고 차이고, 한국에서도 유니크하고 재미있는 아티스트들이 많아서 작업하는 거에 다를 건 없는데, 미국은 인구도 많고 더 다양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새로움을 찾는 데는 미국이 더 좋을 수도 있어요.

김현채 : 한국을 떠난 후 가장 기뻤던 기억,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무엇인가요?

김유나 : NEC (뉴잉글랜드 콘소바토리) 졸업할 때 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두 상을 받았을 때인 것 같아요.  “글로벌 뮤지션 어워드”는 월드악기 하는 사람들 중에 가장 잘하는 사람에게 주는 상이고, “투르데 어워드”는  학교 전체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에게 교수추천제로 받는 상이에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아무래도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에서 오는 인종차별 받은 경험들이죠. 길을 가다가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폭행을 하려고 위협을 가한다거나, 이유없이 저에게 캔을 던진다거나 그런 일들이 있었어요. 한국에서 메이저로 살다가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 사는 거요. 뉴스에서만 보던 인종차별이라는 사회문제를 실제로 경험하는 순간이었어요. 

김현채 : 마지막으로 유학이나 해외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김유나 : 화이팅. 하고싶은게 있으면 거침없이 하라!


  • 김현채 : 가야금연주가/교육자. 현재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KPAC) 상주예술가. 스트링웨이 대표.

  • 김유나 : 아쟁연주가/모던가곡 아티스트 디렉터. 서울대학교 국악과 졸업, 미국 뉴잉글랜드 콘소바토리 졸업, 버클리음대 글로벌 재즈 석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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